이야기, 일상 (54) 썸네일형 리스트형 넷플릭스「리타」요즘 시대 여걸의 초상 스포일러 주의! 요즘 넷플릭스에 정신을 팔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한데 새로운 패턴이 생겼다. 되새김질. 다시 봐도 기분 좋은 드라마가 있다. 어떤 작품을 다시 볼 때 재미는 좀 뒷전이다. 보는 동안 기억이 되살아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기억뿐만이 아니다. 당시 느꼈던 감정 역시 되살아난다. '리타'를 처음 본 것은 1년도 더 된 일이다. 당시에도 가까운 사람들한테 드라마를 소개할 만큼 재미있게 봤었다. 처음에는 이유 없이 작품이 좋았다면, 두 번째는 그 이유를 더 자세히 곱씹게 된다. 리타는 덴마크 드라마다. 덴마크어에는 독일어 억양이 묻어 있는데, 고등학교 독일어 수업 시간이 떠오른다. 리타는 곱슬곱슬한 금발에 체크셔츠,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에 높은 구두를 신고 말보로 레드를 피우는 중년 여자다. 앉을.. YOU ME HER「당신과 나, 그리고 그녀」셋이서 사랑을? 스포일러 약간 주의. 배경은 오리건주 포틀랜드 호손하이츠. 하지만 드라마에서 정확한 배경을 알기란 어렵다. 만약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이라고 설명한다 해도, 별다른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그렇다. 중간중간 잡히는 앵글이 예쁘다고 느꼈다. 황혼에 찰랑이는 깨끗한 강물, 강가에 비뚜름히 서 있는 알록달록한 나무들. 도시의 전경도 자주 앵글에 담기는데, 신호등과 건물을 관통하는 황금색 잉어 조각이 인상적이다.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드라마다. 셋이서 사랑을 하겠다나. 농담처럼 들리는 말이다. 연애하며 질투심에 불타올랐던 기억부터 떠오른다. 일단 사람이 셋 이상 모이면 더 가까운 관계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다르게 말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소외감을 느낀다. 그게 '불변의 진리.. 무라카미 하루키「1Q84」두 갈래의 세상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번째 소설로도 나쁘지 않을 듯. 하지만 소설을 읽은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는 버거울지도 모르겠다. 두께 때문이다. 세 권인데다 책이 제법 두껍기까지 하다. 양에 비해 글은 잘 읽히는 편. 개인 차는 있겠지만. 그전에 읽은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처럼 두 주인공의 시점을 교차로 서사한다. 각각 남자와 여자다.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때, 삶의 유한함이나 감동을 맞닥뜨리게 되면 가슴이 답답하다. 실제로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돌아보면 하루키 소설 중에는 '노르웨이의 숲'이 가장 그랬다. 힘든데, 그래도 끝까지 읽어야지 싶더라. 물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렇다면 소설 따위 읽지 않았겠지. 고통 뒤에 맛보는 열매는 다디달다. 소설을 좋아하게 된 것은.. 전략적 팀 전투, 롤토체스 플래티넘 후기! 나는 게임을 좋아한다. 스타크래프트부터 게임을 놓은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게임이 즐겁지가 않았다. 친구들과의 경쟁은 둘째 치고, 어느 순간부터 강박적으로 게임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중독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도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다. 경쟁하는 것을 좋아해서 롤에서도 랭크 게임을 주로 했다. 롤이 대한민국에 상륙하기 전부터 했지만, 내 최고 티어는 골드 2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티어에 집착할수록 점수는 떨어졌다. 비록 게임이었지만 나는 사람의 능력이 정해져 있고, 누군가는 더 우월한 유전자를 가졌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럴수록 랭크 게임의 티어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게임일 뿐이었지만 한편 우울했다. 내가 그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어.. 미국 시트콤「빅뱅 이론」괴짜 과학자들! 웬만하면 스포일러하지 않으려고 신경쓰며 글을 썼지만 약간은 어쩔 수 없었다. 시즌은 총 열두 개.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편당 길어봐야 20분 밖에 안 되는 유쾌한 시트콤이다. 시즌 당 24편. 미국식 말장난이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데 금방 이해하지 못해 1초 뒤에 웃게 될 때도 있다. 문화의 차이 때문이거나 내가 지내온 환경이 쓸데없이 진지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연기하는 게 너무 어려운 척 연기해야 해. 그러면 원래는 연기를 잘하는 내가 연기를 못하는 척 연기해야 하잖아? 그런데 정말로 연기를 못하는 연기를 잘하게 되면 실제로 연기를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지어내긴 했지만 가령 이런 식의 말장난이다. 어쨌든 요즘 마음이 헛헛했는데 적잖이 위로 받았다. 시트콤의 매력은 아무래도 친근함이 .. 웬 콜스 더 하트「호프 밸리」본격 시골 미드! 현재 시즌 5까지 나왔다. 스포일러 주의! 캐나다 북서부, 1910년. 석탄골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 이야기다. 한 재벌 아가씨가 시골에서 선생님으로 생활하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주된 시점은 엘리자베스 새처를 통하지만, 다른 이야기가 많다. 시작부터 그렇다. 엘리자베스가 석탄골에 도착하기 3개월 전, 사고가 있었다. 광산이 폭발해 광부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누군가의 남편이자 자식이었다.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상처를 극복하며 희망을 찾아가는지, 그 여정을 그렸다. 우리는 살면서 상상치도 못한 난관에 부딪히곤 한다. 그때마다 방황하게 된다. 나는 이런 드라마가 적잖이 우리를 위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톨스토이 소설처럼 주요 등장인물이 많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물도 있고, 뒤늦게.. 「왕좌의 게임」대단원의 막 언제나 그렇듯 누가 재미있다고 해서 생각 없이 재생했던 미드. 시즌1 시작 장면이 기억난다. 눈이 수북이 쌓인 숲, 푸르스름한 화면이었다. 나는 스릴러도 싫고, 잔인한 것도 싫은데 어째서인지 왕좌의 게임은 멈추기 어려웠다. 좀비와 드래곤이 나오는 중세 드라마인데, 일곱 왕국의 철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이야기다. 정치적인 이야기는 다른 작품과, 혹은 실제 역사와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판타지 요소가 기차게 녹아들었다. 시즌은 모두 여덟 개로, 마음 먹으면 며칠 만에 해치울 수 있다. 아마 취향에 맞는다면 밤을 샐지도 모르는 일. 내가 그랬다. 회가 더할수록 인물들에 감정 이입을 하게된다. 나는 아직 '반지의 제왕'도 안 봤다. 왕좌의 게임은 봤다. 특히 반전이 대단하다. 주요 인물.. 로마 제국 시즌3「콤모두스: 피의 지배」이미지 쇄신! 러셀 크로 주연의 '글래디에이터'를 무척 재미있게 봤었다. 지금은 폭력적인 콘텐츠가 별로지만 과거에는 좋아했다. K-1, 프라이드를 포함한 격투기는 물론, 싸움에 관한 콘텐츠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았다. 육체적 강인함을 향한 로망이리라. 무릇 사내라면 그런 종류의 열망을 품는 시기가 있다. 자신이 육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나약한 시기에 열망이 더욱 강해진다. 열등감이 표출되는 방식이 대리 만족인지도 모르겠다. 로마의 17대 황제 콤모두스도 그랬다. 아버지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향한 파더 콤플렉스도 남달랐고, 사랑이 결핍된 가정에서 자란 평범한 젊은이들처럼 인정 욕구가 심했다. 사랑보다는 권력을 향한 경쟁심과 압박이 심했으리라. 로마 제국 콤모두스 시즌에서는 마르쿠스 황제 이야기도 제법 심도 있게 ..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