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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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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 소설 원작「마담 보바리」 보바리 부인을 읽은지가 오래 되어 세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소설의 분위기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 잘 만든 영화 같다. 과거에 읽은 소설을 영화로 만날 때면 다시금 소설이 읽고 싶어진다. 소설 원작인 영화는 대부분 실망했었는데 '위대한 개츠비', '마담 보바리'는 선방! 비난하는 재미로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웬만하면 등장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그러는 편이 그나마 살아가는데 도움되는 일이 아닐까 싶어서다. 우리는 자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만나기 때문이다. '보바리 부인'은 바람난 부인의 고전적 이야기로, 시대 상황을 생각하며 영화를 감상하면 더욱 즐겁다. 특히 보바리 부인(엠마)의 감정 변화에 따른 미묘한 행동의 변화가 흥미롭다. 우리가 사고 싶은 ..
과연 누가「무뢰한」인가. 어둡고 축축한 화면. 나는 이런 색감의 영화를 보면 속이 더부룩해진다. 전도연이 나오는 영화를 오랜만에 봤는데, 이 배우는 참 영화를 잘 고른다. 자기가 어떤 연기를 할 수 있는지 잘 아는 듯하다. 김남길 역시 나쁘지 않았다. 오승욱 감독은 낯선 이름이라 검색해 보았는데 작품이 많지는 않았다. 소재는 식상하다. 술집 아가씨, 범죄자, 형사. 그들은 각자 자기 할 일을 한다. 소재 때문에 오히려 선입견을 가질 법도 했는데, 평점이 괜찮아 보게 되었다. 개중에는 평점 테러를 당한 좋은 작품도 있지만 평점에 따라 영화를 보면 대체로 무난한 듯. 영화를 보면 누가 무뢰한인지 모르겠다. 순진한 술집 아가씨인지, 타락한 경찰인지, 또는 그외 사람들인지. 이게 참 현실적이다. 정의로운 직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
키플링 정글북 원작「모글리: 정글의 전설」 키플링의 원작 소설 '정글북'을 사려고 서점에 들르거나 웹서핑을 하다 보면 꼭 다른 책을 사게 되더라. 정글북은 매번 순번이 뒤로 밀린다. 집에 먼지 덮인 책들이 자기들부터 읽어주길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다른 책들은 왜 사는 거지. 작품을 영화로 보는 것과 소설로 읽는 것은 전혀 다르다. 소설로 읽는 편이 더 취향에 맞는데도 영화를 보게 되는 건 왜일까. 넷플릭스에 '모글리'가 떴길래 얼른 봤다. 영화를 보고는 다시금 장바구니에 키플링의 정글북을 담아 두긴 했는데.. 컴퓨터 그래픽과 현실의 조합이 어색하지 않았다. 익숙한 목소리의 헐리웃 배우들이 나온다. 나는 호랑이 시어 칸 목소리가 제레미 아이언스 아닌가 했는데 베네딕트 컴버배치였다. 영화는 별로 늘어지는 부분 없이 깔끔하게 잘 ..
하정우. 그리고 이정재「신과 함께」죄와 벌, 인과 연 권선징악, 인과응보, 또 뭐 있더라.. 어쨌든 좀 유치한 면이 있지만 재미있었다. 두 편이 함께 제작되어 한 편의 영화처럼 이어진다. 하정우, 주지훈 출연. 그리고 이정재. 좋아하는 배우가 영화에 나오면, 줄줄이 그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은 충동이. 죄와 벌, 인과 연. 제목부터 뭔가 깔쌈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 떠올랐다. 감독이 신예 감독인데 이야기의 흐름을 잘 끌고가 놀라웠다. 이승과 저승, 저승사자 이야기라서 웹툰 '서북의 저승사자'가 떠올랐다. 세계관이 비슷하다. 오락성이 짙은 영화였다. 눈요기? 적어도 연기가 구려서 집중을 흐트리는 일은 없었다. 적어도 시간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드는 영화. 강추! 여운은 얼마나 가려나..
유해진「럭키」007 제임스 본드 저리 가라! 주연은 꼭 잘생겨야 하나? ㅇㅇ. 아나.. 아니다. 이 영화를 보면 아니었다. 다 보고 나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영화가 좋다. 이 영화가 그렇다. 두 주인공이 삶을 대하는 자세를 주목하게 된다. 하나는 날백수, 하나는 킬러. 둘 다 그리 도덕적이지는 않지만 대조적이다. 교과서적 교훈도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일단 영화를 본 뒤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 영화가 좋은데 이 영화는 확실히 그랬다. 영화를 잘 고르는 배우가 있다. 나는 이것이 대본을 이해하는 능력과도 상관있다고 생각하는데, 영화를 잘 고르는 배우는 계속 잘 고르고, 못 고르는 배우는 계속 못 고른다. 작품을 고르는 것처럼 중요한 일을 매니저에게 맡길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영화를 하는 건 대본 말고도 여러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겠지만. ..
미야자키 하야오「바람이 분다」네이버 평점 왜 이래.. 다 보고 좀 어이가 없었다. 별점 테러인지 정말로 그렇게 평가한 건지는 몰라도. 네이버 평점이 4점대라 5점 만점인줄. 이건 무슨 "너네 부모가 잘못했으니까 너도 죄인이야!" 라는 거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그렇게 따지면 죄인 아닌 사람이 세상에 어디있어. 느그들 다 죄인이다. 너 말야 평점 1점 준 너. 제 선입견 때문에 작품을 보고 가슴속 화만 돋구면 결국 자기 손해다. 적어도 자기 인생을 정성스럽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주인공 지로가 처한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할 것 같다. 비난은 결국 자기 얼굴에 침뱉기이고, 격렬한 비난은 가래침 뱉기인 것을. 공황장애나 우울증 있는 사람은 보면서 힘들지도 모른다. 감동적이고 아련한 구석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