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을 읽은지가 오래 되어 세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소설의 분위기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 잘 만든 영화 같다. 과거에 읽은 소설을 영화로 만날 때면 다시금 소설이 읽고 싶어진다. 소설 원작인 영화는 대부분 실망했었는데 '위대한 개츠비', '마담 보바리'는 선방!
비난하는 재미로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웬만하면 등장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그러는 편이 그나마 살아가는데 도움되는 일이 아닐까 싶어서다. 우리는 자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만나기 때문이다.
'보바리 부인'은 바람난 부인의 고전적 이야기로, 시대 상황을 생각하며 영화를 감상하면 더욱 즐겁다. 특히 보바리 부인(엠마)의 감정 변화에 따른 미묘한 행동의 변화가 흥미롭다. 우리가 사고 싶은 가방이나 노트북을 할부로 긁는 심리를 영화를 통해 이해하게 된다.
요즘이라면 결혼하고도 개인적인 시간을 활용해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만 저때는 어떤 일로 위로 받을 수 있었을까 싶다. 더구나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라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지루한 것을 좀체 참지 못한다.
엠마의 상황을 한 번 살펴보자. 소녀를 갓 벗어나 부모가 정해준 남자와 결혼하고, 남편이란 작자는 로맨스와 한참 동떨어진 시골의사다. 몇 걸음 떨어져 봤을 때는 바람 두 번 피우고 허영을 부렸다고 죽을 죄까지는 아니다. 만약 엠마 곁에 믿을 만한, 좋은 사람이 한두 사람만 더 있었다면 그녀는 살아 남았을 것이다. '보바리 부인'이 불후의 고전이 되지는 못했겠지만.
여자들 관점에서 영화를 볼 때도 남자들의 어설픈 면을 제대로 엿볼 수 있을 듯하다. 엠마의 남편 보바리와 바람났던 두 남자의 기질은 많은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아마도 조금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