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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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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누 리브스 <데블스 에드버킷> 욕망에 관하여 무려 25년 전 영화를 다시 봤다. 미성년일 때라 몰래 봤었다. 몰랐는데 이 영화가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2022년 현재로 봐도 플롯이 훌륭하다. 중간중간 지루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25년 전 영화 잖습니까. 영화에서 가장 눈여겨 본 것은 악마와 천사의 은유. 둘 중 악마에 포커싱을 맞춘 판타지 스릴러지만 대놓고 악마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드문드문 괴괴한 이미지가 나타날 뿐. 인간의 욕망을 굳이 말하자면 나쁜 것으로 묘사하는데, 또 대놓고 그러는 건 아니라 덜 촌스럽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졌고, 그로 인해 악마와 천사를 모두 품고 있는 것이다." 좋은 고전 영화였다.
토마토 안 흘리고 먹기 찍! 찌익! 쭈우욱! 좀 괴상할지는 몰라도 토마토를 통째로 먹어 본 사람이라면 즙이 발사되는 현장을 한 번 이상은 목격했을 거예요. 토마토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머니께서 아들 건강을 위해서 그렇게 챙겨 주시네요. 오늘 아침, 토마토를 보니 다시금 즙이 튈 것 같아서 도마에다 썰어 먹을까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귀찮았어요. 어쩌지 고민하며 토마토를 이리저리 돌려 봤죠. 그때 볼록 튀어나온 엉덩이가 보였어요. 어? 하며 어리둥절해 있는데 거의 동시에 토마토 해부학적 구조가 떠오르지 뭐예요? '그래, 아래를 먼저 베어 물어 공간을 만들고 먼저 즙을 빨아먹자!' 저는 바로 그렇게 했습니다. "츄르릅, 츕, 쫍, 쫘아아!" 생각처럼 즙을 흘리지 않고 먹는 게 이렇게 짜릿할 줄이야. 토마토를 거의 다 먹고 나서..
<매트릭스: 리저렉션> 향수와 씁쓸함 사이 매트릭스가 처음 나왔을 때 왜 그렇게 흥행했는지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는 네오에 이입해서, 혹은 트리니티다 나른 등장인물에 이입해서 영화에 빠져들었다. 리저렉션에서는 아니었다. 새로운 액션도, 신박한 세계관도 없었다. 여전히 현실을 매트릭스에 비유한 디테일은 뛰어나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소설로 치자면 전편들에 비해 속편은 설명이 너무 많아서 하품을 하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물론 1~3편을 보지 못한 관람객들을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영화의 완성도가 우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운이 오래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반갑긴 했다.
남성과 여성의 다이어트는 다르지만... 기본은? 늘 안타까웠던 부분 다이어트. 여성분들은 살이 찌면 더 불행해지면서도 그것을 막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지인들에게 오지랖 떠느니 몇 자 적어보기로 합니다. 저는 172에 61kg쯤 나가는 근육형 체형 남자입니다. 최근 몸이 아파서 살이 많이 빠지긴 했는데 보통은 60 중반 유지했어요. 본론으로 들어가면. 일단 시작부터가 남자와 여자는 다른 게, 체질 자체가 여성분들이 근육량이 적어서 살이 더 잘 찝니다. 학창 시절 운동량, 군대에서의 운동량을 더하면 더욱 그렇게 사회화가 이루어지죠. 예. 남자와 여자는 다릅니다. 이 다름을 이해하고 접근을 해야 해요. 먹는 만큼 살이 찐다는 사실을 다들 부정하시더라고요. 한 끼 폭식한다고 해서 살이 찌진 않아요. 꾸준히 먹는 식사량이 많아야 살이 찝니다. 오늘 강조할 내..
넷플릭스<연애 실험: 블라인드 러브>사랑은 어디에? 프로그램을 보며 오래 전 일이 떠올랐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휴대폰을 매개로 사랑을 속삭였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며칠 만에 그런 일이 벌어졌지만 우리는 보다 현실적이었다. 몇 달 동안 연락을 했고, 속속들이 서로를 알았다. 그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외모는 차가운 벽이다. 목소리와 행동으로 바뀐 마음이 닿아 깨지고 마는 벽. 또한 하나의 현실이다. 꽤 많은 연애를 했다. 그중 현실과 무관한 연애는 없었다. 사랑이 현실과 무관하다는 사람도 있을 텐데 아마 깊이 알지 못해서 그럴 것이다. 때때로 단순하게 표현되기도 하는 이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른 측면에서 어떤 감정보다 복잡하고 계산적이다. 우리가 인지하는 약간의 계산적인 면과 무의식에서 벌어지는..
마이클 더글러스<코민스키 메소드>앓느니 죽겠네! * 스포일러 약간 주의. 한참 잊고 지내던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 샌디 코민스키가 되어 돌아왔다. 실제와는 다르게 연기 코치를 연기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싱크가 맞는 캐스팅이었다. 코민스키 메소드는 노인 둘이 나와서 내내 "앓느니 죽겠네!"와 같은 죽는 농담을 하는데 오랜만에 목청껏 웃었다. 아직 그럴 나이도 아닌데. 흑흑. 엄마가 주로 쓰던 농담을 헐리웃 배우 입으로 들으니 색달랐다. 샌디와 노만은 오랜 친구 사이. 샌디는 이류 배우이고 노만은 대형 에이전시 대표로 샌디의 에이전트다. 너무 오래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그냥 절친이 된 듯. 시트콤은 아니지만 시트콤 느낌도 좀 났다.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공감할수록 왠지 함께 늙어간다는 생각이 들어 서글펐다. 나는 원래 노인들과 친숙한 젊은이가 아니었는..
넷플릭스<그레이스>삶의 잔인한 민낯 * 스포일러 약간! 요즘은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가 아니면 집중하기가 어렵다. 원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나이를 먹은 탓에 웬만한 이야기는 줄줄이 꿰고 있어 더 그런 것 같다. 마거릿 애트우드 원작 드라마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누가 와도 '불행한 삶'에 있어서 뒤지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이다. 게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간추려 보면 이렇다. 여행 중에 자다 일어났더니 엄마가 죽었다. 아빠는 주정뱅이 난봉꾼. 그레이스를 범하려고까지 한다. 술마실 돈이 필요해 그레이스를 부잣집에 하녀로 보낸다. 거기서 겨우 친한 친구를 하나 사귀었는데 그 친구도 그레이스의 눈앞에서 죽는다. 그런데 어쩌나.. 이건 시작일 뿐이다. 시대 배경은 19세기 초인데, 사람 목숨이 참 우습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
움베르토 에코<장미의 이름>중세의 셜록 홈즈 '바우돌리노' 를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다. 다시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을 읽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겨우 다 읽었다. 학자에서 시작해 오십이 다 되어 첫 소설을 쓴 움베르토 에코. 그가 남긴 소설은 몇 권 되지 않지만, 모두 묵직한 작품들이다. 바우돌리노가 그랬고,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장미의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가벼운 소설이나 산문처럼 술술 읽히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장미의 이름'은 윌리엄이라는 베테랑 수도사와 견습생 아드소가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빽빽한 글자와 낯선 배경 때문에 소설에 빠져들기는 어렵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기만 한다면 새로운 세계를 접할 좋은 계기가 된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소설은 우리의 삶을 닮았다. 아드소는 '위대한 개츠비'에서 닉 캐러웨이가 그러는 것처럼 윌리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