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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장미의 이름>중세의 셜록 홈즈

'바우돌리노' 를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다. 다시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을 읽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겨우 다 읽었다.

 

학자에서 시작해 오십이 다 되어 첫 소설을 쓴 움베르토 에코. 그가 남긴 소설은 몇 권 되지 않지만, 모두 묵직한 작품들이다. 바우돌리노가 그랬고,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장미의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가벼운 소설이나 산문처럼 술술 읽히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장미의 이름'은 윌리엄이라는 베테랑 수도사와 견습생 아드소가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빽빽한 글자와 낯선 배경 때문에 소설에 빠져들기는 어렵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기만 한다면 새로운 세계를 접할 좋은 계기가 된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소설은 우리의 삶을 닮았다. 아드소는 '위대한 개츠비'에서 닉 캐러웨이가 그러는 것처럼 윌리엄의 충실한 관찰자다. 

 

종교, 정치 세력의 다툼이 한창인 시대. 산중에 자리한 고즈넉한 수도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도원에 방문한 윌리엄과 아드소. 윌리엄의 눈은 모든 것을 본다. 보통 사람들은 미처 보지 못하는 단서를 잡아내며 수시로 통찰력을 발휘한다. 아드소는 비교적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친숙한 인물이다.

 

나는 앞의 몇 장을 읽으며 이 이야기가 '셜록 홈즈'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스토리가 그렇다기보다 윌리엄과 아드소라는 캐릭터가 셜록과 왓슨을 닮았다. 지금까지는 딱 중세 추리소설 느낌이다.

 


 

또한 '장미의 이름'은 고전 소설 느낌이 물씬 풍긴다. 특히 건축물 묘사가 두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가 하면, 프롤로그에서 쓸데없는 묘사를 줄이겠다고 했으면서 전혀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쩌면 대폭 줄인 게 그 정도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움베르토 에코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하다. 현대 소설가 중에 이런 종류의 소설을 쓸 만한 사람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독후감을 쓰기가 어렵다. 얼른 다른 책 봐야지 글 쓸 시간이 어디있나. 지금처럼 뭔가 꽂히거나 가닥이 잡혔을 때 후딱 몇 마디 하는 게 좋다. 어차피 소설은 개인적인 체험일 따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