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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연애 실험: 블라인드 러브>사랑은 어디에?

프로그램을 보며 오래 전 일이 떠올랐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휴대폰을 매개로 사랑을 속삭였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며칠 만에 그런 일이 벌어졌지만 우리는 보다 현실적이었다. 몇 달 동안 연락을 했고, 속속들이 서로를 알았다. 그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외모는 차가운 벽이다. 목소리와 행동으로 바뀐 마음이 닿아 깨지고 마는 벽. 또한 하나의 현실이다.

 

꽤 많은 연애를 했다. 그중 현실과 무관한 연애는 없었다. 사랑이 현실과 무관하다는 사람도 있을 텐데 아마 깊이 알지 못해서 그럴 것이다. 때때로 단순하게 표현되기도 하는 이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른 측면에서 어떤 감정보다 복잡하고 계산적이다. 우리가 인지하는 약간의 계산적인 면과 무의식에서 벌어지는 불가해한 계산.

 


 

'연애 실험: 블라인드 러브'를 통해 우리는 과거의 떨림과 미래의 설렘을 만난다. 일부 현실도 만난다. 이 짜여진 가상 현실 속에서 한 조각 진심을 엿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가상 현실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킬링타임용으로 제작 되었을지 모르는 프로그램을 보고 얼마간 감상적이 되었다는 것이 민망하다. 한편 사랑이라는 감정을 끝까지 믿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없다면 안 그래도 차가운 현실이 더 차갑게 느껴질 것 같다. 

 

뒤로 갈수록 꾸며진 느낌이 들고, 힘이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