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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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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홀트「샌드 캐슬」이라크 전의 참상 이라크 전쟁은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발발했다. 당시 나는 어렸고, 전쟁의 자세한 내막은 잘 몰랐다. 오히려 이 영화 덕분에 더 자세히 알았다. '샌드 캐슬'은 이라크 전의 아주 작은 조각만을 보여주지만, 전쟁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 알게 한다. 수도관이 망가져 식수 조달에 문제가 생긴 이라크의 한 마을. 미군 공병부대가 수도관을 고치고, 매트가 속한 분대는 뒤늦게 엄호를 맡기 위해 파견된다. 말이 엄호지 이렇게 진행되는 소규모 작전들은 보통 다함께 으라차차,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인원은 부족하다. 원활한 식수 조달을 위해서 미군은 현지인 일꾼을 모집한다. 이 시점에 문제의 여지가 생긴다. 힘 없는 민간인들이 사지로 내몰린다. 자국 내 테러집단을 적을 돌리는 선택이 달가울 리 없지만 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하루키 문학의 원형! 인터뷰에서 무라카미 작가는 이 작품이 가장 '나다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내가 읽은 작가의 첫 소설이 바로 이 작품이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소설을 향한 애정이 적던 시기에 읽었다. 무라카미 작가의 에세이를 먼저 읽고는 호감이 생겨 소설을 읽게 되었다. 당시에는 이 소설이 별로였다. 이후 무라카미 작가의 소설을 한동안 읽지 않다가 '노르웨이 숲'을 읽고는 하루키 문학에 흠뻑 빠져들었다. 확실히 작가에 대한 호감도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읽힌다. 아마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도 지금 읽으면 다르게 읽히리라. 확실히 이 작품은 현실과 내면 세계를 둘로 갈라 교차로 진행되는 하루키 문학의 원형이 아닐까 싶다.
스킨헤드 킬러「히트맨」양손에 기관총! '폴라'를 보고는 킬러 영화에 취해 '존윅'을 다시 보고 '히트맨'으로 넘어왔다. 이 영화는 게임 원작 영화라고 한다. 기관총을 양손으로 갈기길래 "뭐 이래?" 하며 봤는데 평점은 좋더라. 확실히 속도감은 있다. 고아들을 데려다 스킨헤드를 만들고는 뒤통수에 바코드를 찍어 살인기계를 양산하는 베일에 싸인 기관.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늘 그렇듯, 띠꺼운 스킨헤드 한 명 제거하려다 기관은 크나큰 타격을 입는다. 킬링타임용. 스토리가 있었나? 아무리 살인 기계로 키워졌어도 사람한테는 감정의 싹이 돋아나게 마련? 살인 머신이 여자 앞에서 쑥맥처럼 구는 게 신선하면서도 어색했다. 나는 존윅이 기관총을 양손으로 꼭 잡고 양 팔꿈치를 붙이고 쏴서 좋았더랬다. 존윅은 두 번을 봐도 나중에 또 봐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서머싯 몸「달과 6펜스」나다운 삶이란 십 년 넘게 집에 처박혀 있던 소설책. 생각 많은 사람이 소설에 빠져드는 것은 필연이 아닐까. 빠르든 늦든. 나는 좀 늦었다. 소설 속 남자도 뒤늦게 자신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산다. 나는 숨죽이고 남자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동질감을 확인하고 환희를 느꼈다. 꺼져가던 열정이 한 권의 책을 연료 삼아 다시 타올랐다. 꽤 오랫동안.
매즈 미켈슨「폴라」촉촉한 눈의 킬러 얼굴을 아는 배우이긴 한데 이름은 몰랐다. 매즈 미켈슨은 이 영화에서 존재감을 보여준다. 아날로그 총싸움이긴 한데, 뭔가 주인공이 정말 킬러답다. 전설적인 킬러인 '존윅'도 자다 일어나서 급습을 당하는 허술함을 보여주는데, 덩컨은 성교를 하다가도 위험을 감지하는 기계 같은 인물이다. 은퇴 후와 은퇴 2주 전이라는 설정 차이 때문인가. 제목이 왜 폴라인지 모르겠다. 등장인물 중에 폴라는 없다. polar. 사전에 보니 극지방의, 북극의, 남극의, 라는 뜻. 아하, 영화를 보면 이해가 간다. 중의적이다. 덩컨 비즐라(매즈 미켈슨)가 사는 곳은 추운 지방이다. 살아가는 방식 또한 춥다. 덩컨은 철저히 혼자다. 촉촉한 눈 안에 상처와 고통을 꾹꾹 눌러 담았다. 인간성 따윈 이미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르지만. '폴..
키아누 리브스「존윅」아날로그 총싸움 총싸움은 남자의 로망이다. 어릴 때 비비탄총을 갖고 놀아본 사내라면. 두 번째 봐서 그런지 앞뒤가 안 맞는 장면들이 좀 보였다. 뭐 괜찮겠지, 하는 반응이 된다. 존윅이니까. 악당들조차 존윅을 치켜세운다. "연필 하나로 사람 셋을 죽였다구!" 웃겼다. 물론 해당 장면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입소문은 계속 전해져 전설을 만든다. 그다지 정의롭지 않은듯 보여도 여자 킬러와 싸울 때는 좀 봐주며 싸우고, 민간인이 근처에 있으면 최대한 타깃 가까이서 총을 쏜다. 진지한 가운데 웃음이 나는 이유다. 대사도 별로 없다. 계속 쏘고, 때리고, 운전하고, 어디론가 움직인다. 작품의 리얼리티를 위해 이따금 칼을 맞아주거나 방탄조끼 위에 총알을 맞아주기도 한다. 적절하다. 존윅은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킬러다. 단발성..
스칼렛 요한슨「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헤어 스타일 ㅜ 원작 주인공의 오리지널리티 때문에 스칼렛 요한슨에게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을 강요했다. 특히 헤어.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공각기동대는 매니아가 많은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를 본 그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영화에서 내내 낯선 풍경이 펼쳐졌는데도 잊을 만하면 지루해졌다. 영화의 스타일만 괜찮다면 이야기 사이가 좀 성글어도 괜찮은데, 이야기도 스타일도 아쉬웠다.
유오성, 김우빈「친구2」융합되지 못한 세대차 30대 남자에게 영화 '친구'는 잊지 못할 향수. 기억에 따르면 당시 친구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후 줄줄이 한국식 누아르가 유행했다. 12년 만인 2013년에 친구2가 나왔다. 이제 봤으니 뒤늦게 본 셈이다. 스무 살의 향수와 더불어 좋아하는 배우 김우빈이 출연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영화가 재미있어야 했는데 영화가 기대에 못미쳤다. 오리지널 '친구'는 영화의 제목처럼 친구의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당시 청년들의 마음 깊은 곳 어딘가를 푹, 찌르는 구석이 있었다. 친구 속편은 글쎄.. 뭐 하나 건질만한 내용이 없었다. 그렇다고 시원한 킬링타임용도 아니었다. 전작의 줄거리를 짜맞추기 위해 너무 노력한 결과 영화가 너무 둔해졌다. 전작을 재미있게 본 기성 팬한테도, 새롭게 관객 몰이를 하기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