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약간 주의.
배경은 오리건주 포틀랜드 호손하이츠. 하지만 드라마에서 정확한 배경을 알기란 어렵다. 만약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이라고 설명한다 해도, 별다른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그렇다. 중간중간 잡히는 앵글이 예쁘다고 느꼈다. 황혼에 찰랑이는 깨끗한 강물, 강가에 비뚜름히 서 있는 알록달록한 나무들. 도시의 전경도 자주 앵글에 담기는데, 신호등과 건물을 관통하는 황금색 잉어 조각이 인상적이다.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드라마다. 셋이서 사랑을 하겠다나. 농담처럼 들리는 말이다. 연애하며 질투심에 불타올랐던 기억부터 떠오른다. 일단 사람이 셋 이상 모이면 더 가까운 관계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다르게 말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소외감을 느낀다. 그게 '불변의 진리'는 아니지만 보통은 그렇다. 그래서 한편으론 드라마가 하나 마나 한 시도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흥미로운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 '다자연애'가 드라마의 소재다.
나와 있는 모든 시즌을 보고, 다른 영화나 드라마를 본 뒤라 'You me her'의 초반부가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다시 보는 중인데, 첫화는 정말로 이게 뭔가 싶다. 보는 내가 다 화끈거리고 오글거린다. 그런데 다시 봐도 뒷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렇게 보고, 또 보고.. 다시 보니 공감되는 구석이 있는 드라마다. 현재 나온 시즌은 모두 다섯 개.
초반부는 오랜 결혼생활에도 아이는 없고, 권태기까지 겪는 부부의 모습을 그린다. 많은 부부나 연인들이 겪는 고민이다. 부부의 나이는 삼십대 후반. 지루해져버진 관계. 아직 서로 좋은 마음은 남았는데 좀 심심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는 않고 가라앉기만 한다.
잭과 에마는 서로 사랑하는 것은 물론, 오랜 결혼 생활을 버텼다. 하지만 이제 딥한 키스를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 익숙해져버렸다. 서로의 존재가 너무 당연해졌다. 부부관계를 떠나 어떤 '관계'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럼 이제부터는 허구의 이야기가 된다.
오래 전부터 둘만의 것으로 여겨진 부부관계. 거기에 뉴페이스. 그렇지만 단순히 스리섬, 육체적인 막장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 표면적인 이야기 아래로 흐르는 은밀한 수맥이 있다. 각자 깊숙한 곳에 숨겨둬야만 했던 감정. 어쨌든 오랫동안 양방향으로 밖에 흐를 수 없던 부부관계에 물길을 하나 더 냈다. 너무 심각하게는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드라마를 보면 좋겠다. '드라만데 뭐..' 하는 마음으로.
* 주요 등장인물
_이지
심리학을 전공한 대학원생. 에스코트 일을 하다 우연히 잭을 만나게 된다. 알코올, 마약 중독 부모 사이에서 자랐다.
_에마
건축일을 하는 잭의 아내. 양성애자인데 잭에게 오랫동안 그 사실을 숨겼다. 잭-에마 부부가 유쾌한 점은 심각한 일을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점이었다. 화해도 쉽고 빠르다.
_잭
섬세한 남자지만 남성미를 향한 로망이 있다. 귀여운 캐릭터.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생긴 것마저도 귀여워 보인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레즈비언에 더 가까운 에마가 잭에게 빠져든 이유가 어렴풋이 이해된다.
현재 시즌 5까지 나왔고, 완결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