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크로 주연의 '글래디에이터'를 무척 재미있게 봤었다. 지금은 폭력적인 콘텐츠가 별로지만 과거에는 좋아했다.
K-1, 프라이드를 포함한 격투기는 물론, 싸움에 관한 콘텐츠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았다. 육체적 강인함을 향한 로망이리라. 무릇 사내라면 그런 종류의 열망을 품는 시기가 있다. 자신이 육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나약한 시기에 열망이 더욱 강해진다. 열등감이 표출되는 방식이 대리 만족인지도 모르겠다.
로마의 17대 황제 콤모두스도 그랬다. 아버지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향한 파더 콤플렉스도 남달랐고, 사랑이 결핍된 가정에서 자란 평범한 젊은이들처럼 인정 욕구가 심했다. 사랑보다는 권력을 향한 경쟁심과 압박이 심했으리라. 로마 제국 콤모두스 시즌에서는 마르쿠스 황제 이야기도 제법 심도 있게 다룬다.
그전에 내게 남아있던 콤모두스 황제의 이미지는 대부분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것이었다. 교활하고, 비겁하고, 나약한 악인. 로마 제국 '콤모두스: 피의 지배'에서는 영화와는 좀 다른 콘셉트였다. 다큐멘터리라 허구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려 애쓴 흔적이 엿보였다.
로마제국의 콤모두스 역시 나약하기는 마찬가지였는데, 달랐던 점은 단점만 가지고 부풀려 악인으로 몰아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다 객관적 시선이다. 이야기 속 콤모두스는 자신을 바꾸려고 무척이나 애를 쓴다. 목숨을 걸려고 마음 먹기도 하는데 약간의 감동도 있었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만날 때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그전이었다면 이 나약한 황제를 어리석게만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심한 정신적인 압박감과 고통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덮어놓고 그를 나무라지 만은 않을 것이다.
사람이 바뀌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콤모두스도 나름 노력했겠지만 그는 여전히 비극적인 인물로 역사에 남아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내가 황제라면 나는 그러지 않을 거야."
"어째서 콤모두스는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그의 속사정이 궁금해. 더 알아보고 싶어."
매력적인 콘텐츠였다. 다른 역사 이야기도 콘텐츠로 만들면 좋겠다. 역사 공부 좀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