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약간만.
-첫사랑
“좋아하는 마음보다 키스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다. 천둥이 울리기 전, 번개가 먼저 치는 것처럼.”이라고 말하는 조조. 그 멘트에 나도 첫사랑이 떠올라 심장이 팔딱팔딱 뛰었다. 조조의 말처럼 나도 그래서 그랬었나, 생각했다.
‘좋알람’이라는 설정은 물론, 서른이 넘은 눈으로 보기에는 참으로 유치한 드라마인데도 심장은 팔딱거렸다. 첫사랑과 나중 사랑은 좀 다르다. 첫사랑은 나도 모르는 사이 정신없이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같지만, 나중 사랑은 좀 계산적이며 약은 구석이 있다.
-누가 봐도 불행한 여주와 나름 불행한 남주
‘좋아하면 울리는’의 남주와 여주는 각자 다른 종류의 불행을 떠안고 있다. 시청자의 안목으로는 두 주인공의 불행이 보편적이지 않다. 어느 정도 공감할 여지는 있지만. 대체로 남자는 남주에, 여자들은 여주에 공감하려나? 내가 접근한 방식은 이것과는 조금 달랐다. 나도 두 사람의 사정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여주의 상황은 참혹할 정도다. 아마 어린 여주인공이 이 핵폭탄급 시련을 이겨낸다면 정서적으로 무척 강한 사람이 될 텐데, 거기에 비해 남주는 너무 여리여리한 내면을 가졌다.
세상은 착한 것과 출중한 외모만으로 어떻게 비벼볼 곳이 아니다. 둘의 첫사랑이 귀엽고 파릇파릇하고 예쁘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선오(송강)가 비주얼 빨로 밀고 나간다고 해도 둘은 타이밍이 너무 엇갈린다. 내면의 성장 속도가 너무 다르다. 좀 건조하게 말하자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을 수 없다. 특히 조조한테 필요한 것은 위로와 공감에 가까운, 성숙한 사랑인데 선오는 조조와 비슷한 결의 불행을 겪어보지 않아서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혹시 선오가 감정 천재일지도 모른다고? 응. 아니야.
-신선한 소재
호감을 표현하는 방법이 이 드라마에서는 좀 별나다. “좋알람 울려줄게.” “좋알람 울렸어!” 좌우당간 이게 무슨 말인가. 손가락 발가락이 다 사라질 지경! 그래서 1회를 보다 말고 드라마를 꺼버렸었다. 나중에 드라마에 대한 호평을 보고 나서야 주섬주섬 리모콘을 들었다. 천계영 작가는 내가 어릴 때 ‘오디션’ 이라는 만화를 연재했었는데, 거기에 등장하는 황보래용이 떠오른 탓도 있었다.
-송강
재미있다. 황선오(송강)의 얼굴이 재미있다. 나는 남자. 게다가 나이 든 남잔데도 여주보다 남주한테 더 반했다. 얄궂다. 요즘 아이들 유전자가 남다르긴 해도 이건 좀 너무했다. 스토리상 조조는 혜영과 이어져야 하는 건데, 내가 조조라면 다 필요 없고, 선오만 보일 것 같다. 마음을 추슬러 보려고 기존에 난다 긴다 하는 배우들을 검색해 보지만 송강 앞에선 다 오징어처럼 보인다. 나 참. 우월한 비주얼 때문에 연기는 보이지도 않는다. 내가 얼빠였다니.
-시즌2
언제 나올까. 나는 이 드라마의 가장 좋았던 점이 ‘풋풋함’ 때문이었다. 나이 먹으면 이걸 돈 주고도 못 산다. 요즘에는 오만가지 감정을 다 느껴지게 하는 작품이 많지만, ‘첫사랑’과 ‘삼각관계’는 고전적인 클리셰임에도 연출만 잘하면 식상하게 느껴지는 법이 없다. 드라마에서 첫사랑의 에피소드는 지나갔으니 이제 삼각관계가 남았는데, 아무래도 시즌1에서 느꼈던 풋풋함을 이길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