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요즘은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좌관은 재미있게 봤다. 현실과 허구가 적절하게 믹싱된 작품이 좋다.
영상 매체든, 텍스트 기반의 매체든, 재미있는 이야기 안에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존재하기 나름이다. '보좌관'의 장태준(이정재)도 내게는 그랬다. 시즌1을 다 볼 즈음에는 영화 '신세계'의 이자성도 오버랩되었다.
보좌관은 여러 인물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드라마다. 흥미로운 인물이 많기 때문인데, 오늘은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장태준만을 이야기하고 싶다. 어쨌든 드라마도 장태준을 중심으로, 그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니까. 한 개인의 관점을 자세히 보여주는 것은 꽤 중요한 일이다.
"밑바닥부터 여기까지 왔어!" 장태준은 말한다. 원하는 자리에 도달하기까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태준의 연인 선영은 드라마 시작부터 국회의원이다. 변호사로 시작해 정치에 입문했다. 반면 장태준은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찰로 복무, 비서부터 해서 보좌관만 10년차다. 추정 나이는 40대 중반. 드라마는 선영보다 태준이 더 많은 노력을 했을 거라고 암시하지만 누가 더 많은 노력을 했을지, 절대적인 잣대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시작점이 다르니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평범한 사람군에 속한 태준에게 더 이입하며 드라마를 보게 될 것 같다.
많은 일에 있어 비슷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파고들다 보면 결국에는 생각의 결이 다른 지점을 찾아낼 수 있다. 장태준과 강선영 역시 그렇다. 드라마가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드러내는 방식은 '사건'이다. 같은 곳을 보며 나아간다고 생각했던 태준과 선영. 그들에게 이런저런 사건이 성난 파도처럼 쉴 새 없이 닥쳐온다. 아마 시즌2에서는 태준의 포지션 변경을 통해 더 본격적인 갈등이 빚어질 것 같다.
불변의 신념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없다. '비교적'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 있을 뿐. 장태준은 비교적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정치계에 발을 들였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사뭇 다른 곳이다.
"고래를 잡으려면 낙싯대도 부러지고 손도 좀 다치고 그래야죠." 태준은 말한다. 간혹 그가 내뱉는 대사에는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사람이 있는 반면, 태준은 어느 정도 옷을 더럽히는 쪽이다. 더러워진 옷을 내팽개치고 새것으로 갈아입는 캐릭터라면 너무 평이해서 아마 드라마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터. 그 과정이 어떨는지 무척 궁금하다. 벌써부터 시즌2가 궁금하지만, 완결될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드라마는 몰아 봐야 제맛!
여담으로 나는 '보좌관' 1화를 보며 장태준이 의원 배지를 다는 순간이 언제일지 궁금했었다. 아예 드라마가 끝나는 시점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것을 암시만 하며 끝날 거라는 생각도 했는데, 더 속도감 있고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전개였다. 흥미롭다. 시즌1과 2로 나뉜 완벽한 한국 드라마라니! 일단 시즌1은 이쯤이면 군더더기 없었다.
드라마 외적인 얘기를 하나 더 하자면 신민아의 이미지 변신을 들고 싶다. 개성있는 외모와 달달한 연기만으로 신민아는 톱스타가 되었다. 그 이미지가 너무 깊숙이 자리잡아 어느 순간부터 더는 그녀의 작품을 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보좌관'에서는 달랐다. 물론 몸매가 도드라지는 패션 때문에 정신 사납긴 했지만. 크래프트 커피와 기아자동차 광고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