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여운이 오래 남는 드라마가 있다. 내게 이 드라마가 그랬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는 직업. 어쩌면 어떤 말을 만들어 내서 유행시키는 직업. 주인공 돈 드레이퍼(존햄)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카피라이터들의 우두머리.
평소 언어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 드라마가 더욱 끌렸다.
어디서든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이는 것만 빼면 이때나 지금이나 별로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모양새는 예나 지금이나, 아마 미래에도 비슷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겉으로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헌데 돈 드레이퍼라는 남자는 완벽해 보인다. 말끔히 포장된 선물 같은 남자다. 드라마는 그의 포장지를 한겹, 또 한겹 벗겨낸다. 나와는 영 다른 인생을 사는 남자 같은데, 이상하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오프닝 또한 훌륭한데, 그의 겉모습을 벗겨내는 과정과 추락하는 과정을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깔끔하게 표현했다. 오프닝이 좋은 드라마가 재미 없긴 어려운 듯. 적어도 내 경험에는 그렇다.
시즌 7을 끝으로 드라마가 끝났는데, 드라마를 다 보고는 우울해졌다. 한동안 흥미를 끄는 것이 없었다. 그만큼 '매드맨'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매드맨에는 진짜 인생 비슷한 게 들어있다.
어느 소설가가 이런 말을 했다. "인간사는 이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몹시 많은데, 소설은 그것을 보여준다." '매드맨' 역시 하나의 이야기로써, 단순한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아쉬워서 가끔 다시 본다.